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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프의 추억

입력
2021.05.2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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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2008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먼 나라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금융위기 그림자가 우리나라까지 드리웠다. 위기는 미국 금융회사들의 방만한 대출에서 시작됐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래도 믿을 건 미국 달러뿐’이란 생각에 전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등했다. 8월 말 달러당 1,089원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400원대로 뛰었다.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가 커지던 10월 30일 미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 소식이 들려오자, 하루 만에 환율이 117원 하락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 경제학 전공자들이나 배웠던 ‘통화 스와프’가 ‘시사 상식’ 문제가 된 것이 그때다. 통화 스와프는 1981년 미국 다국적 기업 IBM이 가지고 있던 독일 마르크와 스위스 프랑 표시 채권을 세계은행이 보유한 미 달러 채권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일본, 아세안 국가들과 통화 스와프를 꾸준히 늘려 왔지만, 미국과 통화 스와프는 2008년이 처음이다.

□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3월 다시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달러 가뭄 현상이 고조되자, 2010년 2월 1일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를 다시 체결해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미국이 글로벌 위기마다 신속히 통화 스와프 카드를 내미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그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등이 보유한 막대한 해외의 미 국채 덕도 적지 않다.

□ 22일 새벽(한국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여러 의제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의제는 단연 ‘백신 스와프’다. 정부 목표는 상반기 중 1,300만 명 접종인데, 도입 예정은 900만 명분으로 부족한 반면 하반기에는 넉넉하다. 백신이 충분한 미국이 한국에 여유 물량을 공급하고, 하반기 되돌려 받는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백신 스와프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한미 스와프가 ‘통화’를 넘어 ‘백신’으로 확대하려면, 우리가 추가로 내어줄 것이 필요하다. 그게 무얼지 관심이 쏠린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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