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혼쭐이 났다. 17일 20대와의 간담회에서 청년들은 “요즘은 민주당 지지하냐는 말이 비하로 통한다”며 여당을 몰아세웠다. 한 청년은 “더 이상 돈 주겠다는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당대표 선거 기간 중 “축의금만 있으면 집을 갖게 해주겠다”고 호언했던 그다. 대표가 된 후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묘수가 나올지 의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리금 상환 비중 40%로 대출 묶기(DSR 40% 규제)’만으로도 송 대표가 주장하는 ‘집값의 90%까지 대출(LTV 90%로 상향)’ 약속은 무색해진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선거는 ‘더 주겠다’는 약속의 경연장이 됐다. 위의 청년이 직접 꼬집은 대상은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다.
이 지사는 4일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에서 대학 미진학자에 대한 공평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학을 안 가는 청년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면 어떤가”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유튜브에서 "징집된 남성들은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 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학 강연에서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 때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마다 약속하는 액수가 1,000만 원, 3,000만 원, 1억 원 식으로 경쟁하듯 커진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부활시켰던 여당은 대선을 맞아 철로까지 새로 깔 태세다. GTX-D로 불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을 정부가 김포~부천으로 제안한 뒤, 김포 지역의 표심이 수상해졌다. 수도권 서부 주민들은 GTX-D 노선이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가기를 바란다.
송영길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민심 이반”을 강조하자마자 국토교통부는 “GTX 라인을 서울 용산, 여의도까지, 부족하면 강남까지 직결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바꾸었다. 발 빠르게 김포 지역 경전철을 탄 이낙연 전 대표는 그 자리에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까지 압박했다. 내달 국토부의 최종 확정고시 내용이 당장 바뀌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심하다 싶었는지 여당 내, 다른 대선주자 사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요즘 대선주자께서 20대를 겨냥해 내놓는 제안을 보면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재정을 마구 퍼준다고 생각하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도 "해결책이 현금으로 귀결되고 있다. 아이들은 대화와 관심을 바라는데, 부모는 용돈만 주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이 지금보다 빠듯해져도 써야 할 돈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뒤처진 지역, 계층에선 돈을 준다는 데 마다할 리 없다. 다만 이건 분명하다. 정치인이 더 주겠다는 돈은 결국 국민이 낸다. 나만 챙기고 남은 못 주게 막을 도리는 없다. 어쩌면 “돈 준다고 표 주지 않는다”는 청년의 결기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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