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 이어 무더기 기소, 대출금 상환 압박
먹통 인터넷, 부족한 현금…?파업지원금 분배 난항
미얀마 정보통신부 공무원인 A씨는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지난달 말,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접고 4개월 만에 다시 출근한 후 매일 같은 모습이다. 친(親)군부 성향의 동료들은 업무시간 내내 "파업이 유일한 무기인 CDM의 효과가 없다는 걸 네가 증명하고 있다"며 조롱을 계속했다. 이웃 주민들은 신념을 버린 그를 대놓고 '패잔병'이라 불렀다. 아픈 아버지와 두 명의 대학생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터에 복귀했다는 말은 입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약속된 CDM 지원금만 받을 수 있었다면 기꺼이 파업을 이어갔을 것이다." 한마디 변명만 남긴 A씨는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미얀마 반(反)군부 저항의 핵심 축인 공무원들이 지쳐가고 있다. 4개월째 이어진 '무보수' 투쟁에 통장 잔고는 마르고 가족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일 프런티어 미얀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쿠데타 군부는 이미 CDM에 참가한 12만 명의 교직원과 수천 명의 전력공사 직원을 해고했다. 이미 기소된 각 부처 CDM 주동자들은 형법 505조 위반 혐의로 줄줄이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구금 중 사망한 동료들의 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군부에 복종하는 이른바 '마을 정보원'들의 밀고가 횡행하면서 일반 CDM 공무원들은 매일 밤 거처를 옮겨야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CDM 분쇄에 혈안인 군부는 기존 문민정부가 지급한 대출금의 상환까지 독촉하고 나섰다. 실제로 자연자원부와 환경보전부, 산림청 등은 최근 CDM 참가 공무원들에게 차압 경고장을 일괄 발송했다. 지역 경찰들은 도피한 공무원의 거주지를 일일이 찾아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들을 체포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군부의 전방위 압박에도 다행히 CDM의 붕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6개월 내에 복귀하면 모두 없던 일로 하겠다"며 군부가 유인책을 내놓았으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고된 교직원들은 전날 군부의 강제 개학 결정에 맞서 이날도 전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농림축산식품부 파업 참가자 160여 명 중 생활고를 이유로 복귀한 인원도 이달 말 기준으로 15명에 그쳤다. 300명이 CDM에 참여한 전기에너지부에선 복귀자가 한 명도 없다.
다만 현지에선 CDM의 중·장기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당초 CDM 전국 대책본부 등이 약속한 10만짯(한화 6만7,000여 원)의 최소 지원금을 적절히 지급하지 않을 경우 A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얘기다. CDM 본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망 차단으로 CDM 공무원들과의 개별 접촉이 어려운 데다, 현지 은행들의 현금 부족으로 해외에서 입금된 달러 성금을 짯으로 환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양곤 CDM 본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더 지치기 전에 지역별 조직 및 지원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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