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미국 순방 시 동행한 최태원(SK) 정의선(현대차) 구광모(LG)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그룹 총수들을 따로 초청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기업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최고의 회담’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4대 그룹의 44조 원 미국 투자 계획 발표는 안보 동맹에 머물렀던 한미 관계를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기술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을 일으켜 세운 뒤 “생큐”를 세 차례나 연발했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격려하고 후속조치 등을 논의한 건 적절했다. 상공의 날 기념식에 이어 재계와 소통을 넓히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과는 거리를 뒀던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나선 건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가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곤란하다. 일단 44조 원 투자 카드로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시켰지만 그만큼 국내 투자와 일자리를 빼앗긴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적잖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족쇄가 된 규제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계의 건의에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물론 공정의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되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 지금은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되는 때다.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기업들이 미래 핵심 기술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초격차를 지키고 투자와 고용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묘안을 찾는 게 경제를 살리고 안보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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