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호를 지어 공급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과천청사 부지는 지난해 국·공유지를 활용한 신규 택지 개발로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8·4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며 시장 소환투표까지 전개하자 결국 당정협의에서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자족용지 용도전환과 대체지를 찾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신규 택지 후보지를 정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조급하게 '숫자 부풀리기식 발표'부터 강행한 정부에 있다. 사실 8·4 대책은 시장에 공급물량 충격을 줘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강박감이 큰 상태에서 성급하게 나오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서울 신규 택지 18곳 가운데 인허가 절차를 마친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는 이유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주민 반대로 취소된 것도 두고두고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태릉골프장, 용산역정비창, 서부면허시험장 등도 과천처럼 수정해 달라고 하면 어쩔 셈인가.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은 이미 무색해졌다. 8·4 대책 전체가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후퇴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결국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것이란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공유지를 신규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조차 속도를 못 낸다면 사유지를 대상으로 한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에서 지역 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가능한 수용하는 건 마땅히 기울여야 할 노력이다. 그러나 집값을 최우선시한 일부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줄 순 없다. 더구나 정치적 이해가 개입돼 '적기 주택 공급'이란 대원칙이 흔들리면 결국 그 피해는 전 사회가 져야 한다. 공급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지키는 게 생명이다. 자꾸 뒤엎으면 주택 시장 안정은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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