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수사 실무자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실수사 또는 은폐 의혹이 무성했지만 수사팀장이나 형사과장, 서초서장 등 지휘라인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보고체계가 생명인 경찰 조직의 생리를 감안하면, 실무 경찰관 한 명의 단독 일탈이라는 진상조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9일 A 경사가 사건 초기 윗선 보고도 없이 단순폭행 사건으로 덮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폭행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압수·임의 제출 등 적절한 조치나 상부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죄수사규칙상 변호사의 범죄는 엄연히 보고대상 사건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지휘라인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의 수사 지휘·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을 자인하는 조사 결과다.
서초서장의 경우, 사건 발생 사흘 뒤에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된 사실을 알고 형사과장에게 ‘정확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A경사가 형사과장이나 수사팀장에게 폭행장면 동영상의 존재를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포렌식 과정에서 지휘 라인이 통화목록을 일부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는데도 조사단은 지휘라인에 대한 감찰 조사나 경찰수사심의위 회부 정도로 마무리했다.
경찰이 A경사와 함께 이 전 차관 및 택시기사를 증거인멸 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함으로써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경찰 진상조사와 별도로 폭행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경찰의 꼬리 자르기식 진상조사를 재점검하고 외압·청탁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이 법무부의 추천 명단에서 빠지고 서초서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내사종결한 뒤 청와대가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한 일련의 과정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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