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여당은 ‘배신자’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샅샅이 조사하라”고 압박하고 야당은 ‘신독재 플랜’이라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의 본격 대선 행보를 앞두고 공수처발(發) 정치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공수처가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수사 공정성을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수사 착수 시점이 공교롭기는 하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11일) 직후 대선 캠프를 구성하고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런 스케줄을 감안할 때 공수처 수사는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 첫발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수사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라 절차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도리어 공수처가 직무유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공수처는 올해 2월과 3월 옵티머스 펀드 사건 부실 처리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방해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순차적으로 접수하고 3, 4개월 검토를 거쳐 정식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정치적 파장까지 감수했을 때는 윤 전 총장의 혐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것이다.
문제는 향후 수사 과정이다. 옵티머스 사건 부실 처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법무부·대검이 합동 감찰에 나섰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 전 총리 사건 또한 윤 전 총장 징계위에서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다.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수사인 셈이다.
공수처의 실력과 중립 의지가 이번 수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봐주기식 면죄부 수사로 끝내지야 않겠지만, 반대로 성과를 내겠다며 먼지털이식 강압·별건수사 등의 무리수를 쓴다면 도리어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권 호위대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결과와 방향을 예단하지 말고 사실과 증거를 따라가는 정공법으로 신속·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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