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임기 반환점(10일)을 앞두고 가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달랠 특단의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 앞에 고개는 숙였지만 정작 실제 답변에선 김건희 여사를 적극 두둔해 대국민 사과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회견을 앞두고 지지율 20%대가 붕괴한 위중한 시기, ‘민심수습의 마지막 기회’란 고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만 또 한 번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여론지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아 우려된다.
윤 대통령이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렸다”며 사과한 건 고무적이다. 과거의 짧은 언급과 달리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사과의 구체적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애써 명확한 답변을 피해감으로써 효과를 반감시킨 건 아쉽고도 아쉽다. 느슨한 시국인식도 여전했다. 회견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중진 언론인들이 석 달에 한 번 정도 (회견을) 하면 좋겠다고 했고, 마침 임기 반환점”이라며 에돌아 답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회견을 이날로 전격 앞당긴 이유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 여사의 부적절한 관계는 물론,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난 대통령의 통화 육성, 이로 인해 ‘정권 퇴진’ 거리집회가 시작된 총체적 난국 때문이 아닌가.
여당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 라인 정리, 인적 쇄신 개각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진작부터 인재 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며 절박한 쇄신 요구를 희석하는 식이었다. 민심수습의 시급성을 외면한다면 되레 대통령이 국민 우려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읽히지 않겠나. 관심이 가장 컸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끼친 영향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야기한다고 공천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상식과 다른 얘기를 했다. 취임식 하루 전 막강한 당선자 신분에서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실제론 아예 그런 일이 없었다는 건지 아닌지 해명이 불명확했다.
김 여사를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에서 야당 역할을 했다”고 비교한 건 국민과 온도차만 확인한 격이 됐다. “김건희를 악마화한다”며 "국정농단이라면 국어사전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다. 지금은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겠다"며 인정에 호소할 정도로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10%대 지지율은 국정을 떠받칠 동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회견은 절박함은커녕 '잘하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호소처럼 느껴졌다. 문제 인식과 처방 모두에서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번 회견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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