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는 글로벌 인프라 지원 구상에 합의했다.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3W)’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다자주의 차원에서 처음 나온 대중국 견제 방안이다. 지원 규모와 방법이 빠져 있어 아직은 정치적 선언에 가깝지만 G7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를 논의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영국에서 이틀간 열린 G7 정상회의는 13일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종료됐다. 어느 때보다 대중국 견제 분위기가 팽배한 회의였다. 중국의 해킹을 우려해 모든 회담장의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끊었을 정도다. 특히 G7 회의를 계기로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통적 동맹 복원을 통한 대중국 견제를 분명히 했다. B3W의 출범과 합의 사실을 백악관이 하루 먼저 발표하고 설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3W가 겨냥하는 일대일로는 2049년까지 내륙과 해상에서 신 실크로드의 경제벨트를 구축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미 100여 국가와 협력체계를 구축했고, 규모에선 2차 대전 이후 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플랜을 넘어섰다. 당장 아프리카, 남미의 친중국 문제가 부상한 가운데 B3W는 결국 서방과 중국의 경제영토 경쟁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번 G7 회의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다자주의 견제의 어려움을 재확인한 기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 탄압, 강제노동 규탄과 수입 규제 조치를 촉구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비록 이전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했지만 유럽은 주요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파트너이자 경쟁자, 안보적 위협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G7의 고민을 드러낸 만남이었다.
아쉬운 대목은 G7 정상들이 코로나19 백신의 부족 문제는 내년까지 10억 회분 지원 약속에 그친 점이다. G7은 100명당 76명이 백신을 접종했으나 아프리카 전체의 접종률은 3% 미만에 불과한 상황에서 구급용 반창고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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