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병역, 국민의 의무 83% 동의하지만… 66%는 "국가가 희생 요구" 

입력
2021.07.01 04:30
24면
0 0

징병제 문제, ‘남녀 고통 분담’ 아닌 ‘보상 확대’로 해결을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과거부터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어왔던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논쟁이 온라인상에서 다시 뜨겁다. 정치권도 ‘남녀평등복무제’ ‘군 가산점 제도 재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남성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에 바쁘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달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군 징병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해 징병제를 둘러싼 남녀 갈등 실태를 파악하고 건설적 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병역은 의무(83%)지만, 국가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희생(66%)’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군 복무는 어떤 의미일까? 군 복무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이번 조사 결과에서 잘 드러났다. ‘군 복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는 당연한 의무’라는 데에 83%가 공감하였고, ‘군 복무 경험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에도 74%가 동의하였다. 동시에 ‘군 복무는 국가가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희생’이라는 데에도 66%가 공감했고, 적지 않은 응답자가 ‘군 복무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44%)’, ‘군 복무는 시간 낭비다(37%)’에도 동의하였다.

군 복무에 대한 인식 차이는 세대별로 뚜렷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군 복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이 높았다. 반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군 복무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20대의 82%가 ‘군 복무는 국가가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희생’이라고 답했고, ‘군 복무를 하면서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와 ‘군 복무는 시간낭비다’에도 각각 20대의 64%, 62%가 동의했다.

전통적으로 부과되어 온 병역 의무를 받아들이고, 상명하복의 조직생활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동시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군 복무 과정에서 감내해야 하는 개인의 희생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인다.

모병제추진시민연대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징병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모병제추진시민연대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징병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현재의 남성 징병제 ‘바람직하다’ 52%, '바람직하지 않다' 40%

남성 징병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남성의 대다수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현재의 남성 징병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52%였으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40대 이상에서는 현 징병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과반이었으나 20·30대에서는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더 높아, 세대별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징병제 반대, 남자 42% ‘적절한 보상 부족’, 여자 65% ‘개인 의사 반영 안 돼서'

남성 군 징병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병역의무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9%로 가장 높았고,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33%로 뒤를 이었다. ‘남성만 군대에 가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성별을 나눠서 살펴보면 남자는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여자는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병역의무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65%로 가장 높았다.

미국 국방부는 여군에게 모든 전투병과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국방부는 여군에게 모든 전투병과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 43%, '그렇지 않다' 45%

현재 군 징병제의 문제는 남성만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점, 그리고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징병제가 ‘남성 차별이다’라는 주장에 응답자의 48%가 동의해, 남성 차별이 아니라는 응답(40%)보다 높았다. 남자는 절반 이상인 56%가, 여자는 40%가 동의했으며, 특히 군 복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20대에서는 57%가, 30대에서는 54%가 남성 차별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그러면 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남성 차별이 해소되는 것일까? 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데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43%,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로 팽팽했다. 남자는 56%가 동의한 반면, 여자는 32%만이 여성의 의무 복무에 동의했다.

‘여성이 의무 복무하더라도 남성과 똑같은 방식 어려울 것’ 75%

현재의 남성 징병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높고, 남성 차별이라는 인식도 과반에 이른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를 보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여성이 의무 복무를 하더라도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에 75%가 동의하였고, ‘실제 전투나 범죄 현장에서 남녀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고 성별에 따라 보직을 구분해야 한다’에 대해서도 72%가 동의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군 복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징병제 도입을 검토해 달라'는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4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징병제 도입을 검토해 달라'는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남성의 군 의무 복무 지원과 보상 제도 확대’ 동의 75%

현 남성 징병제 문제를 불이익의 분담, 즉 남성과 여성이 모두 군 복무를 짊어지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군 복무에서 오는 불이익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방법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는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마련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에 82%가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의 군 의무 복무에 대한 지원과 보상에 관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에도 75%가 동의했다. 성별과 세대에 관계없이 70% 이상이 ‘남성 군 의무 복무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전역 수당 지급’이나 ‘군 복무 가산점 제도’ ‘직장 내 승진 시 군 경력 반영’ 등 위헌 판결을 받았거나 도입에 논란이 있는 군 복무 우대 제도에 대해서도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종합해 본다면 현 남성 징병제의 가장 큰 불만 요인은 남성만 군대를 가는 상황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희생에 대한 인정과 불이익에 대한 보상과 인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더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역시 군 복무 기간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불이익의 시간이라는 데에 공감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었다.

분단 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군 복무는 ‘국가가 부여한 의무’라는 이름으로 강제되어 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저출산 흐름과 전쟁 양상의 변화, 날로 복잡해지는 외교 관계를 모두 감안해, 정부는 앞으로 필요한 병력의 규모는 얼마인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명확하게 기준을 갖고 국민에게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최근의 병역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남녀 갈등의 프레임으로만 비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노력에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남녀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가 병역 부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같이 분담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유승아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