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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당의 기율을 엄수하고 당의 비밀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당과 인민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준비를 갖추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지하 비밀 조직이나 종교 집단 서약문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입당 선서다. 창당 100돌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역사전시관을 찾아 오른손 주먹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이를 선창했다. 열 맞춰 선 30여 명의 당 수뇌부는 이를 복창했다. 이처럼 헌신을 각오한 당원이 9,515만 명이다.
□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100년 정당이 됐을까. 인재 영입을 통한 끊임없는 변신에 그 열쇠가 있다. 덩샤오핑은 “당이 장차 100년의 천하태평을 얻느냐는 바로 덕과 재능을 가진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시 주석도 10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까다로운 당원 심사를 노동자와 농민뿐 아니라 자본가까지 넓힌 배경이다. 젊고 다양한 인재의 영입을 통해 당은 시대적 변화를 수용했다. 우수한 인재만 있으면 성과는 걱정할 게 없다. 이전보다 잘살게 된 중국인은 굳이 민주화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 더구나 당은 군대(인민해방군)까지 갖고 있다. 대안 세력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 부패에 단호한 것도 주목된다. 국민당이 쫓겨나고 소련과 동유럽 국가가 몰락한 건 부패 때문이라는 걸 중국공산당은 잘 안다. 물론 이러한 부패 척결이 반대파를 숙청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호랑이(고위직)와 파리(하위직)를 함께 때려잡는 건 민심을 얻는 데 주효했다. 10년간 적발 인원만 409만 명이다. 일종의 자기정화 장치인 셈이다.
□ 중국공산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쓴소리를 했다 행방이 묘연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나 3연임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을 보면 그동안의 성공 비결도 작동하지 않는 듯 보인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사회주의 탈을 쓴 중화 민족주의 정당,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 정당이 귀감이 될 순 없다. 다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하다고 착각하며 짝사랑하거나,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시하는 건 맹목적인 사대주의만큼 위태롭다. 대륙이 급변하고 우리가 무지할 때 역사는 늘 비극이었다.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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