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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식 장소의 정치학

입력
2021.07.02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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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권의 유력 주자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오프라인 행사로 세력을 과시할 법한데도 상당히 단출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이 지사 측은 “여러 방법을 고민했으나 코로나 시국의 방역과 고달픈 민생을 감안해 요란하지 않은 온라인 행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평소 실용주의를 강조해 온 이 지사다운 발상이다. 온라인 출마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하던 2017년 3월 4분가량의 영상을 SNS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 반면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행사장에 지지자들이 몰렸고 국민의힘 의원 24명도 동참했다. 캠프 주변에선 당초 아산 현충사가 거론됐으나 ‘나라 바로 세우기’ 메시지를 전하고자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순국지사인 매헌(梅軒) 기념관을 선택했다고 한다. 윤봉길 의사가 윤 전 총장의 파평 윤씨 혈족이라는 점도 출정식 장소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역대 대선에서는 세몰이 형식의 오프라인 출정식이 흔했다. 후보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고심도 뒤따랐다. 이재명 지사도 2017년 대선에서는 노동자 친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어린 시절 일했던 오리엔트 시계공장 앞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첫 번째 도전에서는 서대문형무소 자리에서 출마를 선언, 청년시절 민주화운동 경력을 부각시켰다. 어느 대선에서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기대하며 광화문광장을 출정식 장소로 선점하기 위한 진기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 출정식 장소는 선거전략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후보자의 정체성을 각인시키고 국가운영 비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통신(IT)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출마선언 장소 선택은 더욱 복잡한 과제가 됐다. 100만 군중이 모인 여의도광장 유세는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감동의 메시지를 유권자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온·오프라인 경계도 이젠 허물어졌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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