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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4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대선 주자만큼 관심을 받은 것은 면접관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다. 그는 추미애 후보를 향해 “본인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일본 형사에 비유한다. 나만 선이고 다른 사람은 악이라는 생각인가”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논란”을 거론하며 아픈 곳을 찔렀다. 이낙연 후보에겐 조국 전 장관 임명 당시 입장을, 정세균 후보에겐 코로나19 와중 총리 사퇴의 정당성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형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던 김두관 후보를 향해선 “3권 분립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 아니나 다를까 김 전 최고위원의 공격적 질문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비판이 터져나왔다. 정청래 의원이 5일 페이스북에 “어디서 알량한 완장질인가”라며 태도가 고압적이라고 지적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김 전 최고위원은 자신이 주인공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비아냥댔다. 친여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그의 질문들이 당을 홍보하고 빛내는 것과는 반대였다며, 혹은 조국 사태를 거론했다며, 김 전 최고위원을 향해 비판과 분노를 표출했다.
□ 쓴소리를 마다 않던 김 전 최고위원의 압박면접은 오히려 국민면접을 구했다고 봐야 한다. ‘조국 흑서’ 공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면접관으로 위촉했다가 일부 후보 반발로 취소하는 우여곡절을 겪는 바람에 국민면접은 시작도 하기 전에 빛이 바랬었다. 그마저 없었다면 뻔한 답변, 덕담으로 지지층만의 잔치가 됐을 수 있다. 후보들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반부 블라인드 면접보다 3명 면접관이 나온 집중면접 시간에 유튜브 접속자 수가 크게 늘었다.
□ 대선은 지지층만을 상대로 치러지지 않는다. 스윙 보터 또는 중도층이라 불리는 유권자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그러니 국민 다수가 알고자 하는 이 질문들은 꼭 물어야 하고 주자들이 답해야 하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의 분노를 자아내더라도 분노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역시 검증 대상이 될 것이다. 압박면접, 압박토론이 민주당에서 이어지길, 그렇게 후보를 골라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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