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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ㆍ태릉 다 빠지는 공급책, 장난인가

입력
2021.07.1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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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국토장관 태릉 1만호 공급 무산 시인
과천 이어 ‘8ㆍ4 공급책’ 근간 흔들려
섣부른 정책에 정부 신뢰 또 추락할 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KBS 1TV에 출연해 지난해 '8·4 공급대책'에서 발표된 서울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을 통한 1만호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공식 시인했다. 사진은 노 장관이 지난 8일 '물류시장 거래 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장면이다. 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KBS 1TV에 출연해 지난해 '8·4 공급대책'에서 발표된 서울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을 통한 1만호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공식 시인했다. 사진은 노 장관이 지난 8일 '물류시장 거래 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장면이다. 뉴스1

투기 규제와 세제 강화를 망라한 주택 수요억제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한계에 이르자, 정부는 지난해 8월 획기적인 ‘수요 맞춤형 공급대책’을 천명했다. “주택 공급엔 문제가 없다”는 그간의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서울ㆍ수도권에 본격적인 공급책을 병행하겠다는 신호로 읽혔다. 그렇게 나온 게 대규모 서울 도심 유휴지 택지개발을 골자로 한 ‘8ㆍ4 공급대책’이다.

하지만 뒤엉킨 부동산정책의 연착륙을 시도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8ㆍ4 대책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근간부터 흔들리게 됐다.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라이브’에 출연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어조는 애써 담담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공급 규모를 줄이되, 대체부지를 찾는 방안을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며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계획의 차질을 공식 시인했다.

정부가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내세운 8ㆍ4 대책은 무엇보다 수요자 요구에 맞춰 서울 도심 및 최근접 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13만2,000호에 달하는 전체 공급물량도 컸지만, 서울 도심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정부 과천청사 유휴부지(4,000가구)와 태릉골프장 부지(1만 가구), 용산 캠프킴 부지(3,100 가구) 등 도심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3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획기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책 자체가 설익은 ‘탁상행정’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대책은 발표 직후부터 심상찮은 반발에 직면했다. 당장 서울시가 재건축 35층 제한을 풀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사전 조율조차 없었던 데 대한 비토이기도 했다. 더 심각한 건 들불처럼 번진 신규택지 개발 대상지 지역민들의 반발이었다.

정부 땅이라도 주거 환경 훼손이 뻔한 일방적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여당 의원들조차 지역민을 의식해 줄줄이 반대편에 설 정도였다. 결국 높은 관심을 모았던 정부과천청사 부지 개발계획이 지난 6월 대체지 개발계획으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고, 이번에 비슷한 방식으로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계획마저 표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8ㆍ4 대책에서 과천ㆍ태릉 개발 원안이 무산된 건 현 정부 주택공급대책 전반을 뒤흔들 도미노사태의 서막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상찮은 일이다. 정부는 대체 개발지를 조속히 확정해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지만, 제대로 진행될지는 이제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과천과 태릉이 빠지자 당장 서울의료원 부지 및 용산 캠프킴 부지 등 8ㆍ4 대책의 다른 개발 대상지들에서도 개발 취소 등을 요구하는 지역민원이 거세지고 있다.

8ㆍ4 대책의 후속판이자 문재인 정부 최대 공급책으로 지난 2월 발표된 변창흠 전 장관의 ‘2ㆍ4 대책’도 정책 불신의 여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심 고밀도 공공개발을 골자로 한 2ㆍ4 대책 공급물량은 서울 32만3,000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공급물량만 61만6,000가구에 달하지만, 정책 시행에 필요한 후속법안 처리 지연으로 아직 1차 개발 대상지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시장은 이미 정부의 부동산 문제 해결능력에 신뢰를 잃은 상태다. 집값이 비합리적 고점에 도달했다는 정부와 한은의 잇단 경고에도 되레 집값이 더 뛰고 있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섣부른 발표와 변경, 표류가 되풀이돼온 그간의 ‘정책 헛발질’이 초래한 ‘웃픈’ 결과인 셈이다. ‘분탕질만 치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만 남긴 정권’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나마 공급책에서 조속히 가시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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