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가경정예산 확정을 위한 정치권 논의가 길을 잃었다. 여야 대표가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쪽으로 합의했다가 하루 만에 합의 번복을 둘러싸고 책임 공방을 일삼고 있다. 수도권의 거리 두기 4단계 실시로 자영업자들이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을 감안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민생 외면 행태다.
이번 소동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있다. 여당에서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에서는 자영업자 지원 우선과 국민 선별지원 주장을 유지했다. 이 대표는 사실상 당론을 무시한 채 전 국민 지원에 덜커덕 합의했다.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 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는가”라는 윤희숙 의원의 비판이 백번 옳다. 당내 반발에 부닥쳐 합의를 번복하고 ‘선 자영업자 보상 확대, 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설익은 여가부·통일부 폐지 주장에 이어 ‘이준석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민심과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 대선 후보 절반이 여전히 선별지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송 대표는 신용카드 캐시백(1조2,000억 원) 예산 삭감을 통한 전 국민 지원을 고집하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과 동시에 자영업자 보상·지원도 확대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재원은 또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홍남기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80% 지급이 적절하다"며 전 국민 지원에 반기를 들었고 캐시백 삭감이나 예산 증액도 반대했다.
지금은 소비진작을 위해 국민 재난지원금을 확대할 때가 아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떠안게 될 자영업자에 대한 집중 지원이 우선이고 시급하다. 여야가 피해 계층을 외면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방에 몰두한다면 내년 대선을 향한 선심성 추경이라는 의심만 키울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