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20일 전후해 역대급 폭염이 닥칠 것이라는 예보다. ‘열섬’ 얘기도 나오고, 왠지 심상찮은 ‘열돔(heat dome)’이라는 말도 나돈다. 열섬은 아스팔트 등 지표면의 인위적 변화와 에어컨이나 차량 등에서 배출되는 열 때문에 도시 지역 기온이 주변 자연지역에 비해 섬처럼 높아지는 현상이다. 지표면 가까이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기온 상승인 셈이다. 반면 열돔은 현상의 원인이나 스케일에서 열섬과는 차원이 다르다.
▦ 열돔은 지상 10㎞ 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그 아래 대기에 반원모양의 거대한 열막이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를 그 안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지상 10㎞ 상공의 대기층에는 풍속 100~250㎞/h의 빠르고 강한 제트기류가 흐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제트기류가 약해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원활히 섞어주지 못하는 가운데 고기압 중심부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 대기가 수직으로만 움직이는 정체된 대류 사이클이 구축되면서 열돔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엔 남동, 남서쪽의 5~10㎞ 상공에 각각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뻗어 와 있다. 이게 앞으로 더욱 발달하면 20일쯤엔 한반도 상공에서 중층으로 겹쳐지는 ‘커플링’이 발생하고 고기압권이 정체되면서 열돔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경우 지표면의 열이 상승했다가 다시 수직기류를 타고 고스란히 하강하면서 길고 뜨거운 찜통더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 열돔이 형성되면 주변의 냉기까지 차단해 웬만한 태풍조차도 열돔을 흐트러뜨리지 못한다니 걱정이다.
▦ 최근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에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그 지역에 형성된 거대한 열돔 때문이라고 한다. 2018년엔 올해와 유사한 고기압 배치가 한반도에서 열돔을 형성한 끝에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치솟고, 전국 폭염일수가 31.4일이나 됐다. 가뜩이나 델타 변이 확산 등에 따른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집콕’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열돔까지 닥친다니, 더위와의 싸움에 앞서 심호흡이라도 몇 번 해야 할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