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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1호 공약은 적폐 청산, 홍준표 후보의 1호 공약은 무장평화를 위한 미 전술핵 도입이었다. 이토록 동떨어진 관심사, 대립된 방향성이 역설적으로 보수 정권 탄핵이라는 사건을 반영하는 것인지 모른다.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각각 육아휴직 3년법,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을 확대하는 슈퍼우먼방지법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후보는 이념적 성향은 다르지만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육아 해결이 시급하다는 진단은 맞아떨어졌다.
□ 2022년 대선 후보의 1호 공약들은 우선 경제·복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환적 공정성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복지를 내걸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며 노동 개혁을 제시했다. 여야가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지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갑을관계에서 을의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노조를 약화시킬 대체근로 허용, 주 52시간제 탄력적 적용과 규제 완화 등 사측 이해 대변에 나섰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1호 공약은 검찰총장 직선제와 법무부 폐지지만 이대남 대변자를 자처하는 그가 여성가족부 폐지(3호 공약)를 워낙 강조한 탓에 이것이 사실상 1호 공약으로 여겨진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다양한 공약들을 발표하고도 여가부 폐지 논란에 덮여 버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방 1호 공약으로 남녀평등복무제를 주장했는데 역시 20대 남성 표를 의식한 것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육아 정책이 꼽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크다.
□ 1호 공약은 이렇듯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의 시대적 비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후보들이 현재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엿볼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정치 초보인 야권 대선 주자들이 어떤 공약을 최우선 순위에 놓을지도 궁금하다. 어떤 비전이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할 것인가. 이제 유권자들이 살피고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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