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우리 정치권에서 돌출한 홍콩, 사드 발언에 주의한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선 개입 논란이 제기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행보는 ‘외교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우리 외교부가 두 차례 주의를 당부했는데도 개의치 않는 중국의 태도는 실망스럽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싱 대사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응해 언론 기고를 했다. 윤 전 총장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외교를 정치로 끌어내는 정치권 발언도 문제지만 외국 대사의 공개 대응 역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려대로 싱 대사의 반발이 중국의 대선 개입 문제로 번지자 우리 외교부는 비공개 주의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엊그제 정례브리핑에서 “외교관의 역할은 중국의 중대 이익이 관련된 문제에 신속히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에도 정치권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응하겠다는 경고인데 외교관이 주재국 여론전에 뛰어드는 건 외교가 아니다. 자오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홍콩 사태 언급에 대해서도 “(중국 내정에 대해) 어떤 나라, 조직도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잔인함에 맞설 것”이라고 한 말을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중국 태도에서 “천하의 대세를 따라야 창성한다”는 싱 대사의 오만한 충고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분명한 입장 개진이 아니라 이런 행태가 혐중 여론만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미 갤럽의 대중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의 부정적 반응은 77%로 미국, 대만보다 높았다.
외교부도 2019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문제로 미 정부의 비판이 반복되자 해리 해리스 대사를 불러 ‘면담’하고 언론에 공개한 사실을 기억해야 할 때다. 동맹에 당당하게 입장을 전달했듯이 중국에 할 말 하는 외교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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