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문무대왕함을 탈출한 승조원들이 “피가래를 토하면서 지옥 같은 좁은 함정 안에서 버텼다”고 잇따라 증언했다.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 아니냐”라는 이들의 절규를 듣자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도대체 어떤 경위로 301명 승조원의 90%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는지 정부 당국은 명백히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 국방부가 자체 감사에 나선다지만 그동안 잦은 변명과 책임 전가 행태를 감안하면 영 미덥지 않다.
공중급유수송기를 통해 귀환한 부대원들에 따르면 청해부대가 탔던 함정은 아비규환의 지옥도였다. 40도 고열 환자가 쏟아지자 열이 완전히 내리지 않은 환자들은 의무실을 내주고 업무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송기로 귀환하는 전날까지 확진자, 비확진자 가릴 것 없이 알코올 걸레와 물티슈를 들고 함정을 소독하느라 밤을 새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대에서는 ‘코로나 배양선’의 참상을 외부로 공개하지 못하도록 입단속까지 했다는데 이러고도 국민의 군대라 할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지난 2월(파병 당시) 질병관리청과 백신 협의를 했지만 파병 부대 백신 접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국회 보고에서 청해부대 후송용 수송기 급파를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자화자찬하는 어이없는 행태까지 보였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라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용비어천가와 마찬가지로 국민 분노를 외면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파병 준비단계의 소홀과 초기 대응 부실, 지휘보고 체계 문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방역 및 작전 실패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군 수뇌부는 백신 접종이 불가능했다는 변명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방부 자체 감사가 정상 작동될 수 없다. 실무부서에 책임을 전가하고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는 '셀프 감사' 대신 감사원 감사나 야당 주장대로 국정조사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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