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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망신 MBC 올림픽 중계, 사과로 될 일인가

입력
2021.07.2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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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 사고를 지적하는 한 SNS 게시물. SNS 캡처

MBC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 사고를 지적하는 한 SNS 게시물. SNS 캡처

공영방송인 MBC가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수차례 부적절한 자료화면과 자막을 사용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일개 방송사 차원의 실수가 아니라 주요 해외 언론들이 잇따라 비판하고 SNS에서 비난여론이 들끓는 등 국제적 망신을 샀다. 심각한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실추로 한류 열풍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3일 개막식 생중계에서 일부 국가가 입장할 때 MBC가 사용한 자료와 국가 소개는 황당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인류 최악의 인재로 꼽히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현장 사진을 썼고,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을 배경으로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개회식 중계방송 직후 MBC는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다시 25일 대표팀과 루마니아의 축구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조롱 섞인 자막을 넣어 비난을 샀다. 이 정도면 단순한 실수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다.

스포츠를 통해 국제평화를 증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비춰보면 국력에 관계없이 모든 참가국에 대한 존중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혹시라도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면서 약소국에 우월의식이 작동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뼈아프다. 시청률을 위해 극단적인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면서 기본 검증조차 소홀히 하는 방송 풍토가 ‘참사’로 이어진 건 아닌지도 돌아볼 일이다. 박성제 MBC 사장은 26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MBC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참가국을 소개하면서 비하성 내용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엄정한 사실 조사와 책임자 엄중 문책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MBC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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