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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도심에 나무가 없었더라면

입력
2021.07.29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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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계속된 23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민들이 햇빛을 피해 걷고 있다. 연합뉴스

불볕더위가 계속된 23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민들이 햇빛을 피해 걷고 있다. 연합뉴스


한여름의 열기가 참 대단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확 다가온다. 요즘같이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도심에서는 나무 한 그루의 그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도시에 심어진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도심의 열기를 식혀준다든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등의 환경혜택은 요즘 같은 시기에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로 덮여있는 도심은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복사시켜 열섬을 만든다. 이때 나무들은 차단막과 수분을 증발시켜 에어컨과 같은 이치로 기온을 낮추어 준다. 한 연구에 의하면 높이 30m의 활엽수는 약 20만 개의 잎을 가지고 있고 생리적으로 왕성한 때에 약 42㎥의 물을 여름 한철에 토양으로부터 흡수하여 공기 중으로 내뿜는다고 한다. 이는 보통 12개의 방을 식힐 수 있는 에어컨과 같은 능력이라 하니 나무가 없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용광로로 변할 것임에 틀림없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도심의 기온과 녹지대 및 공지로 둘러싸인 자연지역의 기온 차이가 매우 컸다고 한다. 또한 나무들은 바람막이 역할을 하여 덮거나 찬 공기를 막아주고, 건물 안으로 공기침투를 조절하여 줌으로써 건물 안의 난방 혹은 냉방비용을 줄여 줄 수 있다.

이런 더위를 식혀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도시의 나무와 숲은 또한 거대한 산소공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도시의 나무들은 자라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나무의 무게가 약 0.5㎏ 증가하는 동안 그 나무는 약 0.7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약 0.6㎏ 정도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당연히 도시의 숲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므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해 준다.

도시민들은 번잡한 교통에서 오는 자동차와 경고음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원치 않는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이런 소음은 정신적, 심리적인 압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질병까지도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은 한 번 발생하면 극히 짧은 시간에 소멸하기 때문에 측정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다른 피해보다 심각성이 덜 중요시되어 왔다. 나무의 잎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감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 한 조사는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변 6개 지역을 선정해 가로변의 숲이 가진 소음을 없애주는 효과를 측정한 결과 숲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소음 차이는 10데시벨(㏈)이나 되었다고 한다.

도시가 가진 숲과 자연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긍지를 준다. 살고 있는 도시에 긍지가 높으면 당연히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사랑과 중요성을 느낀다. 오늘날 도시의 환경을 논의하거나 계획할 때 시민참여의 과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도시에 심어진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시민들의 삶과 도시환경에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런 숲의 기능과 혜택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잘 계획되어 심어지고 관리된 도시의 숲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오는 홍수를 막아주고,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시켜 주며, 시민들에게 휴식과 건강의 장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서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젠 도시의 환경과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을 위해 도시의 나무와 숲도 다양한 기능들이 서로 조화롭게 발현되도록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때이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ㆍ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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