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지난해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물자 반출 신청을 30일 승인했다. 북한 측에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에 대한 협의를 제의한 사실도 밝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연합훈련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금이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 관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도 했다.
이런 조치는 지난 27일 남북한 당국 간 통신연락선 전격 복원에 따라 교류와 화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후속 대응으로 보인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동포들을 돕고, 좀 더 안정적인 연락 채널을 구축하려는 것은 명분도 서고 필요한 일이다. 사실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나 줄어 2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게 한국은행 추정이다. 체제의 다름을 떠나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건 같은 민족이자 인류로서 도리가 아니다.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연령을 감안하면 화상 상봉 추진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통일부가 이날 북한에 어떤 물자가 가는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인도적인 물자라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바다 위의 비무장 동포를 사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만행이 준 충격은 여전하다. 북은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리만 입장을 바꾼 꼴이 되지 않도록 대화의 장이 마련되면 분명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이런 호의와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여전히 국경을 봉쇄한 채 국제사회의 구호와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 비정치적, 비군사적 협력의 손길까지 거절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북한 스스로 밝힌 대로 선의는 선의로 받길 바란다. 어렵게 조성된 기회를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로 발전시키는 데엔 남북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정 주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숙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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