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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유일한 기록자 AAPP... "6개월 됐어도 시신 훼손 사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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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얀마 쿠데타' 유일한 기록자 AAPP... "6개월 됐어도 시신 훼손 사례 속출"

입력
2021.08.01 19: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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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지원협회' 보 치 사무총장 단독 인터뷰>
2월 1일 쿠데타 발발 후 공식집계 사망자 940명
"군부의 비밀고문·확산 탓... 미확인 사망 잇따라"
韓?향해선 "민주세력 지지 감사... 군부 제재해달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홈페이지에 등재된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보 치 사무총장의 사진. 미얀마 군부의 체포 위협에 노출돼 있는 탓에 보 치 사무총장과 AAPP는 본부의 현 상황에 대해선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HRW 홈페이지 캡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홈페이지에 등재된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보 치 사무총장의 사진. 미얀마 군부의 체포 위협에 노출돼 있는 탓에 보 치 사무총장과 AAPP는 본부의 현 상황에 대해선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HRW 홈페이지 캡처

1일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건만, 군부의 만행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쿠데타 세력은 오히려 자국을 결핍과 참화의 늪으로 끝없이 몰아넣고만 있다. 올해 2월 1일 군부의 삼권 장악으로 시작된 무법의 세상은 시민 163명이 학살된 '군의 날'(3월 27일)부터는 '무자비한 폭력'으로도 덧칠됐다. 뒤이어 4, 5월엔 가뜩이나 허약했던 민간 경제가 정치 불안으로 붕괴됐고, 반군 소탕 작전 여파로 수만 명의 난민이 밀림으로 몸을 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재창궐한 6, 7월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군부의 독점으로 치료용 산소통이 고갈되면서 미얀마인들은 살아남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 모든 고통의 역사를 차곡차곡 기록하는 단체가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다. 2013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 매솟 지방으로 망명한 AAPP는 쿠데타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군부의 총탄에 숨진 시민들의 사례를 문서화했다. 대다수 현지 매체가 폐간된 1일 현재, AAPP의 자료는 전 세계 모든 언론이 인용하는 유일무이한 바이블이다. 한국 언론 중에선 처음으로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보 치 AAPP 사무총장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했다. 군부의 체포 위협 속에서 힘겹게 투쟁 중인 AAPP마저 사라질 경우, 미얀마의 오늘을 더는 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망수치 감소? "민간인 학살, 여전하다"

군부에 끌려간 뒤 지난달 26일 야산에서 발견된 사가잉주 카니 주민들의 시신. 16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신들은 모두 심각한 외상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군부에 끌려간 뒤 지난달 26일 야산에서 발견된 사가잉주 카니 주민들의 시신. 16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신들은 모두 심각한 외상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AAPP는 가장 먼저 "군부의 민간인 학살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AAPP 발표를 보면, 시민 10명이 사살된 4월 19일 이후 '일일 사망자'는 5월 17일 6명이 최다 수치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치 총장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외딴 지역에서 비밀리에 고문과 학살이 이어져 객관적 증거를 취합하기 어려운 탓에 발표 수치가 적은 것일 뿐"이라며 "지난달 26일만 해도 사가잉주 카니 마을에서 군부 고문으로 숨져 야산에 버려진 시신 10여 구가 발견됐다"고 토로했다. AAPP의 '피해 집계 원칙'은 △명확한 신원 확인 △복수의 목격담 △사진 또는 영상 확보 등이다. 하지만 카니 마을처럼, 최근 제보된 대부분의 사례는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을 특정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AAPP는 앞으로도 군부 만행이 잇따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치 총장은 "지난 50여 년간 반복된 민주세력 탄압의 역사가 군부의 DNA에 '잔혹함'을 각인시켰다"며 "국제사회의 미온적 대응 탓에 그들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했다.

군부의 '재총선 약속'도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치 총장의 진단이다. 그는 "군정은 선거와 민주주의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쿠데타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하면 미얀마의 미래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군부는 쿠데타 직후인 2월 4일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년부터 폐지했다. 장기집권의 야욕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국제사회, NUG 통해 적극 개입해야 사태 해결"

지난 6월 5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민주활동가들이 아세안 깃발을 불태우며 시위를 하고 있다. 현지를 찾은 아세안 방문단이 군부 세력만 만난 뒤 돌아간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지난 6월 5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민주활동가들이 아세안 깃발을 불태우며 시위를 하고 있다. 현지를 찾은 아세안 방문단이 군부 세력만 만난 뒤 돌아간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얀마의 참혹한 현실을 타개할 만한 뾰족한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AAPP는 그 해답을 현지 민주세력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와 국제사회의 공조에서 찾고 있다. 치 총장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군부 말을 믿는 것을 중단하고, NUG와 협력하는 게 첫걸음"이라며 "유엔도 NUG와 소통해 적극적 금수 조치와 군부 제재·처벌에 나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인이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군부의 군수산업 제재에 한국이 적극 나서고 NUG를 정식 정부로 먼저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AAPP는 국제사회가 실질적으로 움직일 그날까지, 미얀마인들의 투쟁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화기까지 동원한 정부군의 탄압으로 대규모 시민 봉기는 힘들어졌다 해도, 시민들의 저항 의지까지 꺾이진 않았다는 의미다. 치 총장은 "이제 미얀마인들은 '플래시 몹' '새벽 시위' 등으로 저항하고 있다"며 "군부 통치를 원치 않는 모든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그들과 맞서 싸울 계획"이라고 했다. 쿠데타 발발 181일째가 된 7월의 마지막 날, AAPP가 집계한 시민 사망자 수는 최소 940명이며 군부에 체포된 민주 인사는 무려 5,444명에 이른다.

지난 4월 28일 새벽 미얀마 사가잉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비폭력 평화 시위를 하고 있다. 미얀마인들의 새벽 시위는 현재 이 나라 최대의 도시 양곤부터 북부 마궤주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지난 4월 28일 새벽 미얀마 사가잉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비폭력 평화 시위를 하고 있다. 미얀마인들의 새벽 시위는 현재 이 나라 최대의 도시 양곤부터 북부 마궤주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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