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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도쿄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 종합 경기에서 중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는 이후 채점에 문제 있다는 중국발 비방 메시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도마에서 착지 실수를 했는데도 중국 샤오뤄텅 선수와 동점인 것을 문제 삼아 "메달 도둑"이라는 비난이 트위터 등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오죽 했으면 국제체조연맹이 "채점이 공정하고 정확했다"는 성명을 내고 샤오뤄텅 선수까지 나서서 "과도한 선수 공격을 멈추자"고 했을까.
□ 채점을 둘러싼 논란이야 표현 방식이나 정도 문제라 하더라도 SNS를 통해 선수를 향한 근거 없는 인신 공격 등이 확산하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도쿄올림픽 개회식 마지막 성화 주자였던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는 단식 3회전에서 탈락한 뒤 온갖 비방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티계 미국인과 일본인 사이 혼혈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인종차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에 동조했다는 비아냥, 그의 우울증을 문제 삼는 병자 취급 등 갖은 혐오가 동원된다.
□ 캐나다 피겨스케이터 가브리엘 데일먼은 3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마음고생을 했다. 우승 소식을 전하려고 오랜만에 접속한 SNS에 쏟아진 비난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1, 2위를 다투는 다른 선수와의 비교는 약과였고 선수복이 얇다거나 어깨가 넓고 다부져 우아하지 않다는 외모 비하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어린 시절 난독증으로 왕따를 당하고 체격 때문에 거식증까지 겪은 그의 인간 승리에 박수를 쳐도 모자랄 판에 인신 공격이라니 어이없다.
□ 양궁 3관왕 안산을 둘러싼 논란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SNS는 이점도 많지만 이처럼 익명에 기대 쉽게 혐오를 표출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비방을 무심히 보아 넘길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선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 부담 때문에 경기를 포기한 미국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 사례는 강건한 겉모습과 달리 이들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준다. 평창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기간 중 전문의 심리상담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가능하다면 SNS 대책도 강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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