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일찍 태어난 싱가포르 여아?
간호사의 헌신과 아기 노력으로?
몸무게 6.3㎏으로 자란 뒤 퇴원

지난해 6월 9일 몸무게 212g으로 태어난 싱가포르 여아.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지난해 6월 9일 싱가포르국립대병원(NUH)에서 한 여아가 예정일보다 약 4개월 일찍 태어났다. 몸무게는 212g, 사과 하나 정도 무게였다. 최소 400g은 될 거라던 의사들 예상은 빗나갔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베테랑 간호사는 "22년 간호사 생활 중에 이렇게 작은 아기는 처음 봤다"며 "보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212g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초미숙아다. 이전 기록은 2018년 1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23주 3일 만에 몸무게 245g으로 태어난 여아였다. 212g 아기는 4~6개월이면 퇴원하는 보통의 초미숙아와 달리 13개월을 병원에서 버텼다. 그렇게 지난달 9일 퇴원하면서 조산(早産) 후 살아남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기.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아기 엄마(35)는 지난해 6월 8일 복통을 호소하다 NUH로 실려왔고, 자간전증이라는 임신합병증 판정을 받은 뒤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았다. 엄마는 "너무 작게 태어나서 슬펐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잘 자라기만 바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기는 폐가 완전히 발달되기 전 태어났기 때문에 호흡을 돕기 위한 인공호흡기를 써야 했다.
간호사들은 특별한 아기 환자를 위해 헌신했다. 피부가 너무 연약하고 얇아서 혹여 상처나 흉터가 남지 않도록 검사할 때도 각별히 신경 썼다. 기저귀 한 장이 아기 온몸을 덮을 만큼 커서 간호사들은 특별 기저귀를 직접 제작했다. 소수점 이하로 내려가는 약 복용량을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지난달 9일 6.3㎏으로 퇴원한 싱가포르 아기와 부모.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아기는 서서히 나아졌다. 몸을 돌리고 손을 움직였다. 한 간호사는 "아기가 가장 힘들었을 텐데 그 시련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부르면 바로 응답했고,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걸 좋아했다. 아기 역시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한 셈이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을 병원에서 보낸 아기는 지난달 퇴원 당시 몸무게가 6.3㎏으로 불어났다. 퇴원 축하 잔치에는 비번인 간호사들도 참석했다. 아기 부모는 "오랜 시간 가족처럼 딸을 돌봐 준 간호사들 덕분에 오늘처럼 기쁜 날을 맞았다"고 고마워했다.
아기의 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어서 인공호흡기를 집에서도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치료도 계속 받아야 한다. 그래도 아기는 젖병으로 먹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응원하고 있다. 아기의 부모는 병원비를 내고도 남은 시민들의 기부금 중 절반을 딸의 치료를 위해 남겨뒀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위해 쓰라고 다시 기부했다. 아기의 사연은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여러 현지 매체에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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