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가 결렬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 대표는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후 양당 간 실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해왔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뒤집었다며 유감을 표명했으나 결과적으로 합당 무산에 대한 절반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합당 결렬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안 대표로선 당장 국민의힘에 합류하기보다 제3지대에서 독자 출마하는 것이 차기 대선 정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제3지대의 파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되면 안 대표의 이번 선택이 변수가 될 여지가 없지 않다. 여권은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을 기대하며 미소 짓고 있지만 대선 막판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어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유불리를 따질 계제는 아니다.
다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그간 보여줬던 협상 모습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가치와 정책 노선에 대한 통합 논의가 이뤄지기보다, 지분 확대와 자존심 등을 두고 대결하는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철부지 애송이’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 식의 설전은 정치권의 수준 자체를 낮추는 자해성 논란이었다. 향후 야권 단일화 논의가 다시 대두될 때 이런 식의 지분 싸움과 감정적 대결이 재현되면 아무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없고 정치 혐오만 부추길 게 뻔하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실력은 키우지 않고 단일화 이벤트에만 의존하다가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경험을 곰곰이 되새겨 보길 바란다.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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