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결국 대선주자 토론회를 취소했다. 토론회를 놓고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감정싸움까지 벌이자 당 최고위가 나서 절충을 시도한 것이다. 18일 토론회는 취소하고 25일 토론회는 비전발표회로 축소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절반의 봉합으로 당내 불협화음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리더십 위기가 불가피해졌고 윤 후보도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갈등에서 노출된 국민의힘 모습은 과연 수권정당의 면모에 어울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하이에나 돌고래 고등어 멸치 등 동물원과 수족관 수준의 발언과 감정싸움으로 치달은 갈등, 의혹 제기에 국민들도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4월 과반을 넘던 정권교체 여론은 넉 달 만에 50% 아래로 내려왔다.
이 대표는 우선 당대표로서 무게감 있는 발언과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그는 2030 지지와 중도 확장 기대 속에 출범했으나 지금은 ‘대표 리스크’란 말을 듣는 처지다. 더구나 윤 후보와 충돌하면서 공개된 발언은 경선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했다는 말은 원희룡 후보가 사실상 확인한 상태다. 더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의심을 사거나, 자기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선 안 된다.
이번 사태에서 제1야당이 유력 후보에게 좌지우지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우려된다. 대선주자들이 당대표를 공격하고 리더십을 흔든다면 경선은 통제불능에 빠져들 수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국가를 이끌 비전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고집하는 것은 구태에 가깝다. 특히 윤 후보는 ‘기습입당’ 이래 이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어느 당이든 치열한 논쟁은 불가피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갈등과 파열음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권교체, 정권 재창출에 앞서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게 바람이고 그런 희망을 여야 모두에서 찾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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