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시신 인계도 거부?
쿠데타 발발 200일 경과?
사망한 시민 1,000명 돌파
미얀마 사가잉주(州) 밍인 마을에서 전자제품 수리점을 운영하는 조 묘 민(39)은 지난 2월 군부의 쿠데타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생계와의 투쟁에 몰두하고 있었다. 열 살도 안 된 두 남매, 만성 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막내아들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지난 18일 친구 두 명과 친드윈강 페리 선착장 인근 도로에 앉아 쉴 때도, 민은 가족들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그의 운명은 사가잉군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강변에 나타나면서 급변했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은 그에게 다가가 "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냐"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나무 열매를 씹고 있던 그는 다급히 변명했지만, 병사들은 들은 체도 않고 주먹부터 날렸다. "제발 살려주세요." 무차별 구타를 뚫고 울려 퍼진 그의 애원은 얼마 안 돼 세 발의 총성에 묻혔다. 총구는 그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했고 민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밍인 지역 주민들은 19일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민의 아버지가 황급히 달려갔지만 군인들은 시신조차 돌려주지 않았다"며 "소식을 듣고 굳어 버린 그의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주저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정부군의 만행에 사가잉 주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만 펼쳐든 이들은 침묵 시위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로 쿠데타 발발 200일을 맞은 미얀마에선 민과 같이 군부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시민 수가 1,006명에 달한다. 지난달 같은 사가잉주 카니 마을에선 "군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 43명이 잔인하게 살해되기도 했다. 4차례에 걸쳐 이뤄진 대학살의 피해자 중엔 네 구의 머리가 없는 시신과 두 명의 노인, 한 명의 장애인이 포함돼 있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 "민간인 사살을 금지한 제네바 협약을 군부가 보란 듯이 어기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무고한 미얀마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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