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예정됐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미뤄졌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이 이날 새벽에 법안을 단독 통과시켜, 본회의 상정까지 최소 하루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국회법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결국 언론중재법은 이날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던 법안 처리가 한숨 쉬어가는 만큼 여당은 지금이라도 법안을 재고하기 바란다. 이토록 반대가 많은 입법을 이렇게 졸속으로 강행하는 것은 오래도록 과오로 남을 것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전원이 토론에 참여하는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야당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수고를 끼칠 이유가 없다”며 “전원위에서 그간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하지 못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절대 의석을 가진 여당은 언제든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있어 전원위원회를 명분 쌓기용 요식절차로만 활용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충분한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법을 만들겠다면 5일의 여유를 두고 본회의와 전원위원회를 열 것이 아니라, 현장의 의견부터 다시 수렴해야 한다.
언론단체, 언론학자,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원로 언론인들은 한결같이 언론중재법에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정파적 견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제기자연맹(IFJ)의 ‘법안 부결 촉구’를 “뭣도 모르면서”(송영길 대표)라고 폄하할 일도 아니다. 언론중재법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역사에 남을 '악법'이 될지 모른다. 언론 개혁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위협하는 법으로는 결코 언론이 개혁될 수 없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킬 수 없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치기를 바란다. 언론중재법 강행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여권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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