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철군 종료를 닷새 앞둔 26일 수도 카불의 공항 인근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대 1,300여 명이 사상한 이번 테러에서 미군 13명과 탈레반 28명도 희생됐다. 테러와의 전쟁이 20년 만에 공식 종료되는 시점마저 참혹하게 피로 얼룩진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까지 겨냥한 이 같은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돼선 안 된다.
이번 테러로 아프간은 더욱 걷잡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테러 경고가 계속되면서 아프간 파병국들은 공항 대피 작전마저 서둘러 포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짐한 군사 보복이 가해지면 아프간은 통제 불능 상황에 빠져들 위험마저 크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정부가 한국 협력자(특별기여자) 390명을 이틀에 걸쳐 안전하게 입국시킨 것은 비록 일부 협력자가 현지에 남아 있다 할지라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탈레반과 적대관계인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분파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테러 직후 미군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겨냥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IS가 미국이 주도한 또 다른 '테러와의 전쟁'인 이라크 전쟁의 결과로 조직된 극단세력인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테러가 우려되는 것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이 테러 조직의 온상이 될 것이란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귀환에 맞춰 각지에 흩어진 다른 테러조직들도 아프간에서 피란처를 찾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탈레반이 제공한 은신처에서 9·11 테러를 기획했던 알카에다의 재등장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새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아프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재확인시킨 테러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국제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이 흔들려선 안 된다. 탈레반도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정권을 유지하려면 더는 테러세력에 배후 기지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간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프간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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