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순항미사일은 북한 영공과 영해를 벗어나지 않고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 동안 1,500km를 비행해 과녁에 명중했다. 미사일이 이틀 동안 2시간 넘게 날았는데도 우리 군은 북의 발표 이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군이 실시간 포착에 실패했는지, 포착하고도 즉각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순항미사일이 비록 500m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나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면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 전반의 점검이 필요한 심각한 문제다. 군이 포착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은 아니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는 느리고 탄두 중량도 낮아 파괴력이 떨어진다. 미국도 지난 3월 북의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때 오히려 안보리 위반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북이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장거리 시험발사는 북핵 위협이 한층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이 강조한 8자형 비행궤도는 목표지점에서 급상승한 뒤 하강해 요격하기 어려운 ‘풀업’ 기술에 가깝다. 이번 시험으로 북은 적어도 한국과 일본에 위치한 미군기지까지 순항미사일로 타격할 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즉각 성명을 내고 “한미일 3국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북의 도발은 지난달 끝난 한미연합훈련, 최근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에 대응한 성격도 있다. 한편으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의 도쿄회동,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져 최근 대화 국면을 거부한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북은 사전통보도 하지 않아 남북 군통신선은 무용지물이었다. 9·19남북군사합의 3주년을 앞둔 시점에 남북관계 현실을 보여주는 우울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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