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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은 죄가 없다

입력
2021.09.1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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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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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두고 역선택의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 후보 가운데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홍준표 후보를 앞서고 있는데 홍 후보에 대한 진보진영의 지지율이 윤 후보를 앞서는 것은 역선택의 결과란 것이다.

과연 그럴까? 모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지를 보자. 먼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묻는다. 그다음 여권 후보자 가운데 누굴 지지하는지를, 그다음 야권 후보자 가운데 누굴 지지하는지를 묻는다. 여기서 자기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생각하며 야권 후보자 가운데 지지자를 결정할 것 같지는 않다. 설사 이런 역선택을 한다고 해도 아주 소수일 것이다.

역선택은 언제 문제시될까? 첫째, 최종 여야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실제의 경선과정’에서 일어날 것이다. 역선택을 해야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맞설 강력한 상대당 후보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지율이 높은 윤석열 후보보다는 홍준표 후보를 선택한다. 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당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이낙연 후보를 선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둘째, 역선택은 후보자들의 지지율 격차가 클 때에만 일어난다. 지지율이 비슷하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역선택할 상대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역선택에 가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 효과 역시 크지 않다.

셋째, 역선택의 문제가 진보진영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제가 확대된다면 보수진영에서도 진보진영의 역선택에 대응하여 역선택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역선택이란 말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자기가 찍지 않을 다른 진영의 경선 과정에 개입하여 훼방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에서 역선택이란 용어는 잘못 사용되고 있다. 경제학 용어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란 용어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보험관련 용어로 투표와 관련이 없다. 적절한 용어를 선택한다면 '전략적 투표'라는 말이 어울린다. 투표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야말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을 접어두고 다른 대상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투표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특정 정당의 경선 과정에 개입한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자신이 찬성하는 후보자를 위해 다른 당의 경선과정에 미약하게 개입하는 전략적 행위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역선택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로 경원시되기 보다는 투표자의 당연한 권리로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여야는 이런 소모적 논쟁보다는 제대로 된 공약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다.



박승록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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