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택시 운전기사 폭행 혐의로 16일 기소했다. 사건 발생 314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경찰 수사 단계의 은폐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긴 했지만, 증거도 충분한 형사 사건의 늑장 처리를 납득하기 어렵다.
운전자 폭행뿐 아니라 동영상 증거의 인멸을 시도한 이 전 차관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는 당연하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삭제까지 시도했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경찰관은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으로 내사종결하고 말았다.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는 바람에 이 전 차관이 한 달 뒤 임명장을 받을 때까지 사건은 외부로 공개되지도 않았다.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초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는 피의자의 인적 사항을 진작에 파악하고 서울경찰청에 보고했지만 청와대 인사 검증마저 통과했다.
검찰이 올해 1월 경찰 수사를 넘겨 받은 뒤에도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 전 차관은 형사 사건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찰개혁 마무리를 위해 당정 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상 업무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수사와 은폐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발표가 임박하자 이 전 차관은 5월 말 사의를 표명했다. 피의자 신분의 법무 행정 2인자가 법무부 안살림을 책임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6개월 동안 이어진 것이다. 경찰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불가능한 어이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인사검증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사검증 실패가 이어지는 데도 인사수석이나 민정비서관 등 검증라인에 대한 문책은 번번이 묵살되고 있어 답답한 노릇이다. 경찰은 진상조사를 통해 내사 규정을 변경하는 등 사건처리 규칙을 일부 개선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대폭 확대된 만큼 보다 엄격한 통제와 견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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