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이 57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역대 10월 최고액인 12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도 40%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가운데 깜짝 실적이 나온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실적에 취해 안일한 낙관론을 펼 때는 아니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2개월간 일부 D램 범용 제품은 20% 가까이, 낸드플래시는 30%나 급락했다. 반도체 수요는 줄었는데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생산량을 늘린 중국 업체들은 저가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아직 기술 수준은 낮다고 해도 시장 점유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선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가 승리해도 미중 충돌과 보호무역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란 현실도 엄중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최대 450억 달러나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국책연구기관 분석이다. 중국도 첨단 반도체와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통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희토류 디스프로슘은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된 건 미국이 일본을 견제한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자칫 기술로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공급망에선 미일에 소외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증가세이지만 증가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7월 13.5%에 달했던 수치가 어느 새 5%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 원팀 코리아’의 성과라고 떠벌리며 샴페인을 터뜨려선 곤란하다. 부진한 내수에 믿었던 수출마저 꺾이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