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다. 작년 유엔 연설에서 처음 언급할 때와 달리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란 구체적 방향도 제시했다. 8개월이 채 남지 않은 임기, 대화가 끊긴 한반도 여건에서 종전선언의 추진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허비할 시간마저 없다는 절박함에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안은 2차 남북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주체를 남북미 3자로 규정한 것에서 사실상 남북미중 4자로 확대한 것이다. 요지부동인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문제에 개입을 원하는 중국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한미 간 사전 교감 아래 중국 참여가 언급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 입장인 미 정부로서도 중국이 북의 사전 조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마다할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에 앞서 유엔 연설을 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 외교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다. 한 세대가 지났어도 나아진 게 없다면 종전선언의 현실성을 높이긴 어렵다. 제아무리 주변국이 움직인다 해도 북한의 호응이 우선이다. 지금처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전략 미사일 시험발사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다면 종전선언은 논의조차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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