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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업 생존문제 '디지털 전환'에 달렸다

입력
2021.09.2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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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기업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십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고, KT는 국내 대표 통신 기업에서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하나투어, 롯데렌탈 등 업계 불문한 대다수의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 시장을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주요국의 4차 산업혁명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으며 서비스업 측면에서는 팬데믹을 계기로 하여 디지털 노동 플랫폼과 스마트 물류, 스마트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 나이키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멤버십 혜택 등 경영 패러다임 자체를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제약기업 모더나 역시 사업 초기부터 디지털화에 전략적으로 집중하여 단기간 내에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우뚝 서며 디지털 바이오테크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함께 급격히 성장한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 원에서 2023년에는 1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경제에서 디지털 전환 중심의 제품 및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흐름은 국내 경제 구조의 변화를 이끌며 경제 성장 효과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디지털 경제 시대의 이면에는 시장의 변화에 전략적 대응이 취약한 국내 소상공업들의 디지털 격차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발표한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업의 91.6%가 온라인 판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업의 71.5%가 온라인 판로 활용 및 판매에 대해 어렵거나 복잡하다고 느끼고, 온라인 전환을 하고 싶어도 복잡해서 포기한 경우가 47.3%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다. 디지털 기반의 세상은 피할 수 없고 그 결과는 생존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상승한 소상공업을 살펴보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한 경우가 15.9%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 구조가 디지털 경제로 변해감에 따라 온라인 판로가 있는 소상공업과 그렇지 않은 소상공업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소상공업을 위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은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과 '디지털 어젠다' '미텔슈탄트 4.0'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디지털화 투자 지원 사업(Digital Jetzt)'을 펼치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사례처럼 우리 정부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상공업 지원책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 긴급 자금 지원책뿐만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한 소상공업 디지털 전환 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학협력을 활성화하여 경영지도 및 기술지도 그리고 전문가 교육을 통해 소상공업에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키고 실질적인 온라인 진출을 위한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지원책을 펼쳐 소상공업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의 자생력을 강화시키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소상공업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과 컨설팅, 콘텐츠 개발, 브랜딩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여 온라인 마케팅과 홍보에 취약한 상당수 소상공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또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위기를 완충할 수 있도록 소상공업의 새로운 디지털 판로로써 구독경제 및 순환경제 진출 지원도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상공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뿌리를 만들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다가온 현시대의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시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업들엔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긴급 재정지원과 더불어 장기적 관점의 소상공업 역량 강화 정책을 통해 소상공업의 자생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소상공업은 초개인화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소상공업체는 전체사업체의 약 85%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도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그 비율이 높아 경제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정부나 학계 및 관련 기관으로부터 그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 및 시행하는 반면 소상공업체는 '온라인화'라는 축소된 인식으로 인해 변화와 혁신에 한계를 겪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을 소상공업체에 적용하면 소상공업체도 살리고 나라 경제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업의 디지털 전환은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목표이며 디지털 경제 내 건강한 밸류체인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소상공업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통한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그들이 제외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길 바란다.



이창원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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