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피탈되었던 서울을 수복한 71주년 기념일이다. 당시 국군은 유엔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서울을 되찾았다. 해병대 용사들이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음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특히 올해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세력에 의해 수도 카불을 함락당하는 상황과 맞물려 서울 수복의 의미가 새롭게 와 닿는다.
두 사건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기와 상황이 다르지만 모두 미군이 파병되었으며, 미국의 경제, 군사적 지원을 받았지만 지도층의 리더십과 국민의 단결심, 군대의 전투의지 등이 전혀 달랐다. 우리 국군은 열악한 여건하에서도 충성심과 전투의지가 충만해 있었다. 유엔군 파병국과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에 아프간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첨단 무기들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군 지도층의 리더십과 능력이 부족하였고, 만성적 부정부패, 종파 갈등 등 내부 분열로 정치사회적 단결도가 매우 낮았다. 전쟁을 전면에서 수행해야 할 군대도 이른바 '유령 병력'으로 실제 병력 수가 훨씬 부족했으며, 사기 저하로 전쟁수행 의지마저 결여돼 탈레반 세력에 힘없이 무너졌다.
북한은 올 6월 개최한 노동당 회의에서 고도의 군사력 건설을 천명한 데 이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변함이 없으며, 언제라도 대내외 직면한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 예상 가능한 추론일 것이다.
열악했던 6·25전쟁 당시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우리 지도자층의 리더십과 정치사회적 단결력을 유지하고, 강고한 동맹관계나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군의 경우 세계 수준의 군사력을 갖췄지만, 어떤 위기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일련의 군내 사건으로 인해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일선부대 지휘관들은 훈련보다 부대 안전관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러다가 행정적 군대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카불 함락과 미군의 철수는 국민 스스로 국가를 지키려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다면 어떠한 첨단무기도 무의미하며, 동맹국도 도와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9·28 서울 수복과 카불 함락은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覆水不返盆)"는 고사와 유비무환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사회 통합을 바탕으로 군에 대한 신뢰와 우리 군의 사기를 되살리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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