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부산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로 전두환이 전문가에게 일을 맡겼다는 점을 들면서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도 금융, 예산, 경제 등에서 "최고라는 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겠다"고 말했다.
군사쿠데타로 무기징역의 사법 단죄를 받았고 1987년 시민항쟁에까지 직면했던 전두환을 미화하는 듯한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의 발언이 어이없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에서조차 "인식의 천박함을 나타내는 망언" "정치적인 언어로 미숙"이라는 비판이 쏟아질까. 논란이 되자 윤 후보는 전두환 독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정권이 3저 호황이라는 순풍까지 불었던 고도성장기 기조를 유지한 정도로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받을 만한지 의문이다. 전두환의 한계는 김영삼 정권의 하나회 해체에 쏟아진 박수 하나만으로도 뚜렷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고 여전히 광주 학살의 죄를 부정하는 후안무치한 지도자다. 자신이 모든 분야에 해박하지는 않더라도 전문가를 잘 쓰겠다는 뜻이라면 그렇게 말하면 되지 전두환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윤 후보의 말실수가 처음이 아니다. '주택청약통장' '손발노동' '부정식품' '주 120시간 노동' 등 지적마다 그는 맥락을 잘라 낸 정치 공세라지만 그것도 한두 번일 때나 통할 얘기다. 말실수 못지않게 오해 살 발언을 해놓고 제대로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두환 발언'에 대해 캠프에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본인은 무슨 말만 하면 앞뒤 떼고 논란이라고 불만이다. 정치 잘하는 것보다 민심 앞에 겸손한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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