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6개월가량 남은 임기 동안 완전한 일상회복과 경제 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이 5번째이자 임기 마지막 시정연설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임기 내내 국가적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정부가 이뤄낸 성취를 돌아보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이 주요하게 내세운 성과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방역 모범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였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끌었다고 자평하면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회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현 정부가 유례없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고 남은 과제 역시 코로나 위기로 타격을 입은 서민들의 민생 문제를 끝까지 챙기는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최고의 민생 문제이며 개혁과제”라며 단 한 줄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또 최우선 개혁 과제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온갖 정치적 풍파를 야기한 검찰개혁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선의로 해석하면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대장동 의혹이 차기 대선의 핵심 이슈인 데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각종 수사들이 진행되고 있어 정치적 개입 논란을 피하려 언급을 삼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침묵한 대목이 바로 현 정부의 실정과 직결돼 있다. 대장동 의혹은 현 정부 기간 이뤄진 부동산 가격 폭등이 누구에게 천문학적인 혜택을 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현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으로 재편된 검찰과 경찰 등이 과연 개혁 명분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철저한 수사를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차기 대선과 연관된 이슈에 침묵할 필요가 있겠지만 역사적 평가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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