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근대적 공공부조가 제도화된 것은 1961년에 제정한 '생활보호법'이 처음이다. 이 법은 근로가 불가능하고, 생활유지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급여를 시혜적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1998년의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빈곤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점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이에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복지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인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m)을 규정하고, 최저생계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였다. 또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빈곤의 덫에 빠지지 않고 근로 의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활급여 등을 통해 저소득층 자립 지원도 강화하였다.
다만, 실제로 생활이 어려움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빈곤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이 일정 소득이 있으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현대사회에서의 핵가족화와 가족 해체,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부모·자녀에 대한 개인의 부양 책임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감염병 등 다양한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일정한 소득이 있더라도 넉넉하지 않은 경제 사정에 부모·자녀를 부양하지 못하거나 기피하는 가구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한 2015년에 교육급여를, 2018년에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폐지한 데 이어, 당초 2022년으로 계획하였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행하였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 완화·폐지해오던 것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고액 자산가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기준인 중위소득 30% 이하에 해당하는 국민 누구나 생계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생계급여를 받는 가구의 청년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자립해 부모의 품을 벗어나더라도, 저소득층으로 남은 부모님은 생계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보호법 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에 이어, 이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 60년 역사에서 또 한번의 기념비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취약계층이 보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각 급여의 보장성 강화와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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