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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로마법’을 거부하는 테슬라

입력
2021.11.0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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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에서 나무를 들이받고 부서진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트럭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에서 나무를 들이받고 부서진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트럭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고집은 쇠심줄이다. 주변 환경이나 시장 상황엔 무신경이다. 사람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지만 ‘마이웨이’만 외친다. 안전과 관련된 국내 관계 기관의 주요 자료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면서다. 그렇게 버티기만 4년째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방향 행보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의 안전성 검사는 깐깐하다. 화재에 치명적인 전기차의 경우,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의 정상 작동 여부에서부터 배터리 불량과 과열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은 필수다. 특히 차량 내 이상 징후 감지시, 자체 감식이 가능한 유선 방식의 자기진단장치(OBD) 확보가 핵심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2017년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수차례 요청한 OBD 제출을 지금까지 묵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26개(국산차 7곳, 수입차 19곳) 전기차 업체 가운데 OBD 미제출사는 테슬라뿐이다. 사실상 국내법을 무시한 행태다. 현행 국내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전기차는 출고 4년 이후부턴 2년마다 OBD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2015년 국내 진출한 테슬라의 행보를 감안하면 6년이 된 올해엔 첫 출시 차량부터 안전성 검사 대상이다.

테슬라는 비협조적이다. 차량 정보를 무선업데이트(OTA) 방식으로 관리 중인 본사 서버 오픈만 협조하겠다는 태도다. 서버 자료에 근거한 안전점검에만 임하겠다는 자세다. 여전히 차량 본체에서 직접 유선으로 안전점검에 필요한 데이터를 포함시킨 OBD 제출은 거절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전공단 측에선 정밀 검진에 필요한 대면 테스트를 요구하는 반면 테슬라에선 번거롭다는 이유로 비대면 원격 검사만 수용하겠다는 주장이지만 공감대는 떨어진다. 안전점검의 최우선 잣대는 신뢰도다. 테슬라에서 지정한 서버 정보를 통해 나온 점검 결과의 신뢰도는 차량에서 직접 추출한 데이터 기반의 안전진단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 서버 정보가 사전에 조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서다. 2015년 당시 폭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임의 조작 사건에 대한 악몽은 아직도 생생하다. 형평성 문제 또한 논란이다. 모든 완성차 업체가 OBD를 제출한 가운데 테슬라만 예외란 사실에 뒷말은 무성하다.

테슬라에도 믿는 구석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9장 부속서한 ‘구체적 자동차 규제문제’에 따르면 (전년도 판매량 5만 대 이하 제작사에 한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차량이 자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할 경우, 한국의 안전기준도 준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결과적으로, OBD 진단제도가 강제 조항이 아닌 미국에서 나온 테슬라 전기차는 한미 FTA의 보호망 속에 자리 잡은 꼴이다. 국내 안전인증기관의 적법한 요구를 거절해 온 테슬라의 버티기에 제재가 쉽지 않은 배경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만 1만1,826대를 판매한 테슬라의 올해 1~9월 국내 실적은 1만6,288대로, 이미 지난해 성적표를 넘어섰다. 그만큼 보다 정밀한 안전성 검사의 필요성도 높아진 셈이다.

여론은 따갑다. 기업이 시장에서 정해진 룰을 뭉개는 모양새이니 말이다. 테슬라의 아집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OBD 제출이 어렵다면 무선이 아닌 유선상 다른 안전점검 자료 제공 방법을 찾는 게 테슬라 입장에선 최선이다. 삐딱선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순리다.

허재경 산업1팀장

허재경 산업1팀장


허재경 산업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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