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운법은 국제적인 정기선 영업방식에 따라 운임을 사전에 공표하도록 의무화하고 화주와의 협의와 신고제도를 통해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인정해 국제경쟁하에서 우리 정기선사들을 보호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남아 정기선사들의 운임공동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한다.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것으로 적법해 문제가 없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입장이지만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서 처벌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두 부처의 권한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부가 나섰다.
첫째, 법개정은 부당한 담합을 허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이나 개정안도 부당한 담합은 허용하지 않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기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신고절차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규제 주체가 해양수산부로 일원화되면서 법적 안정성이 강화되고 선사들은 영업에 전념할 수 있다.
둘째, 법률이 개정되면 물류비가 가중되고 소비자후생이 감소한다는 우려가 있다. 현실은 이와 반대다. 합리적인 운임 공동행위로 외국선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고 안정적인 운송서비스를 우리 화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에도 동남아항로가 안정적인 것은 해운법의 운임공동행위 덕분이다.
셋째, 개정안이 유사산업 공동행위의 입법례에 배치되는가? 다른 산업의 경우 1980년 공정거래법의 제정 후 예외규정을 둔 것이다.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규정은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기 전인 1978년에 신설된 조항으로, 1974년 정기선헌장이란 국제조약이 채택되고 우리도 가입을 추진해 마련됐다. 항공이나 보험 등 다른 산업의 공동행위는 사전에 주무관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경미한 행위가 아닌 한 공정위와 협의해야 한다.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신고제도로서 공정위와의 협의의무가 없다.
넷째, 개정안이 국제기준에 반하는가?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입법례가 오히려 국제기준이다. 공정거래법이나 경쟁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공동행위를 해운기업들에 허용하기 위해선 해운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포괄적으로 제외하는 방법이 유일한 길이다.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가 좋은 예이다.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 중 무혐의가 되거나 패소한 사건이 57%에 달해 조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는 경쟁촉진이란 일반론에만 의지하지 말고 해운산업의 국제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적용상 갈등을 말끔히 해소하고 수범자들에게 분명한 규제의 잣대가 제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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