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투표를 하고 세금을 낸다. 선출된 정부는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를 한다. 연구의 성과로 얻어진 편익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와 과학기술의 기본적인 관계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이어진 9차 헌법 개정을 통해 1991년 5월 출범한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노태우 정부부터 현재까지 30년간 각 정부의 특성과 지향점에 맞는 과학기술 중장기 정책을 개발하고 자문해왔다. 동시에 과학기술의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 성과를 평가하며 대통령의 과학기술 브레인으로 활동해 온 30년이라 자평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과기자문회의는 이전 정부에서 분리됐던 과학기술 정책조정 기능까지 일원화하면서 정책·예산 심의와 대통령 자문역을 함께 수행하는 명실상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거듭났다. 비교적 젊은 과학자들이 참여해 연구 현장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과학문화, 공공분야 연구개발투자 등 사회 각계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며 현재까지 29건의 정책 의제를 대통령에게 자문했다. 적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각 부처 Ramp;D의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며 통합한 자문기능과 심의기능이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기자문회의의 역량과 역할이 확대된다면 30조 원에 이르는 정부 Ramp;D 전체를 하나의 큰 그림 아래 더욱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계에는 감염병 예방, 기후변화 대응, 우주시대 개막 등 장기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청년과학자 처우 개선 등 연구현장의 어려움도 나날이 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지향점이 달라지는 건 향후에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국가적 의제로 발전시켜 논의하는 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제들이 모여야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폭넓은 의제가 수렴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끝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의제와 자문위원, 전문위원의 전문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자문회의 지원단의 운영시스템 보강도 필요하다.
현장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과기자문회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연구의 편익을 제대로 돌려주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서른 살 청년기에 접어든 과기자문회의가 앞으로의 30년도 이 고민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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