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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3명이 피살... '눈의 도시'는 공포에 물들었다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1.12 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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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고'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미네소타주 소도시 베미지의 여성 경찰 몰리는 어느 날 벌어진 사건들이 서로 연관성을 지녔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다. 웨이브 제공

미네소타주 소도시 베미지의 여성 경찰 몰리는 어느 날 벌어진 사건들이 서로 연관성을 지녔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10부 | 18세 이상

운수 없는 날이다. 고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를 길거리에서 만난다. 덩치 큰 그는 덩치가 역시 큰 두 아들을 데리고선 자신을 위협한다. 그의 몸동작만으로도 화들짝 놀라 피하다가 벽에 부딪혀 코뼈가 부러진다. 모멸감과 분노에 휩싸여 병원 복도에서 죽일 X, 살릴 X를 중얼거린다. 한 낯선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맞았냐”고. “대신 죽여줄 수 있다”고. 대화가 혼선을 빚다가 얼떨결에 “네”라는 답을 한다. 소시민 레스터(마틴 프리먼)는 그렇게 범죄의 늪으로 빨려 들어간다.

①눈밭 미네소타의 참극

여성 경찰 몰리(오른쪽)는 레스터의 행적에 의문을 품으나 경찰 수뇌부는 그를 단지 심약한 피해자로 여긴다. 웨이브 제공

여성 경찰 몰리(오른쪽)는 레스터의 행적에 의문을 품으나 경찰 수뇌부는 그를 단지 심약한 피해자로 여긴다. 웨이브 제공

의도치 않게 범죄를 저지른 레스터는 대범해진다. 자신을 한없이 작게 만들던 아내가 험한 말을 하자 망치를 든다. 뒷수습을 위해 사이코패스 해결사 말보(빌리 밥 손턴)를 부른다. 고교동창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때마침 레스터 집을 방문한다. 말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경찰을 살해한다. 조용하고도 조용한, 골칫거리는 폭설밖에 없는 미네소타주 소도시 베미지에서 하루 사이 세 명이 목숨을 잃는다. 도시는 순식간에 공포의 공간으로 바뀐다.

심약한 꾀돌이 레스터는 영리하게 수사망을 피한다. 또 다른 고교동창이 경찰서장이라서 그에 대한 의심은 더욱 약하다. 하지만 여성 경찰 몰리(앨리슨 톨만)는 다르다. 레스터가 미심쩍다. 뒷조사를 하는데, 경찰서장은 지휘체계를 따르지 않는 몰리가 못마땅하다.

②선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드라마 '파고' 시즌1. 웨이브 제공

드라마 '파고' 시즌1. 웨이브 제공

말보는 인근 도시 덜루스로 가 범죄행각을 이어간다. 덜루스의 교통경찰 거스(콜린 행크스)는 그의 행적을 쫓는다. 거스는 몰리와 연락이 닿아 공조 수사를 펼친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는 둘을 신뢰하지 않는다. 수사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레스터와 말보는 악질적인 행동을 이어간다. 하나둘 늘어가던 희생자들은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몰리와 거스는 사람들이 죽어 나갈수록 죄책감에 시달린다. 레스터와 말보가 유력 용의자인데도 잡아들이지를 못해서다. 그들이 좌절하는 사이 유약하고도 선한 인물이었던 레스터는 점차 말보 같은 악인이 되어 간다. 말보는 신출귀몰하며 더 큰 악행을 저질러 간다.

③의문을 품은 자가 언제나 해결사

소심한 남자였던 레스터(가운데)는 조금씩 대담해지고, 희생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웨이브 제공

소심한 남자였던 레스터(가운데)는 조금씩 대담해지고, 희생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웨이브 제공

시간이 지나도 몰리는 신념을 잃지 않는다. 사건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으며 단서를 찾고 범인을 잡으려는 그의 집요함은 결국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남들은 까마득하게 잊은 사건이 되고, 애먼 희생자가 죄를 뒤집어쓴 이후다.

레스터의 집 지하에는 이런 글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만약 당신이 옳고 그들이 틀리다면.’ 드라마는 이 글귀를 종종 보여준다. 몰리와 거스가 품은 의문이 언젠가는 사건 해결로 이어질 것을 암시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2014년 미국에서 첫 방송돼 인기를 모았다. 시즌4까지 만들어졌고, 웨이브에서 모두 볼 수 있다. 각 시즌 별로 다른 인물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드라마 매 회가 시작될 때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 묘사하였습니다’라는 자막이 올라온다. 실화라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화면에서 이어진다. 심장을 죄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여럿 나오는데 특히 후반부 폭설 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잔상을 길게 남긴다. 주말 ‘시간 도둑’이라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드라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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