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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강대국 교섭·내정 동시 강화… 장기집권 노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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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강대국 교섭·내정 동시 강화… 장기집권 노리지만

입력
2021.11.17 14:50
수정
2021.11.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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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이어 태국과 대화 "필요한 건 얻겠다"
수치 만남은 강력 거부, 반대세력 제거 혈안

13일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쑨궈샹 중국 외교부 아주사무특사와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13일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쑨궈샹 중국 외교부 아주사무특사와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강대국과의 외교 교섭에 나서며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장기집권을 위해 최소한의 외교ㆍ경제적 실리를 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접촉을 계속 불허하는 등 국내적으로 '마이웨이'는 고수하고 있다. "살 길만 뚫고 간섭은 불허한다"는 군부의 기조가 명확해지면서 미얀마의 민주화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일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대사와의 독대를 시작으로, 13일에는 중국(쑨궈샹 외교부 아주사무특사)과 일본(사사카와 요헤이 일본재단 회장)ㆍ태국(돈 쁘라뭇위나이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측과 연속 회동을 가졌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을 포함, 주요국과의 외교 교섭을 대부분 거부했던 군부가 보름 사이 4개국과 접촉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군부의 외교 기조 수정은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의에 흘라잉 사령관 참석이 거부되면서 본격화됐다. 우방이라 생각했던 중국과 태국마저 흘라잉 사령관의 불참에 동의하자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흘라잉 사령관은 중국ㆍ태국 측 인사들에게 "다음 아세안 회의에 군부 수장이 미얀마 대표로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 "국경지대에서 이어지는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을 최소화해 중국, 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일본과의 대화는 붕괴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군부와 주요 군정 인사에 대한 글로벌 경제제재를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현지 투자를 철회하는 등 미국의 압박 조치에 동조하고 있다. 흘라잉 사령관은 미일에도 선물과 함께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우선 그는 양국이 계속 요구해 온 '프런티어 미얀마' 편집주간인 미국인 대니 펜스터를 전격 석방하는 방식으로 교섭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어 군부는 "내년 1월부터 글로벌 기업인들의 미얀마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며 양국의 경제 봉쇄 완화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협상에 물꼬가 터졌지만 군부의 '수치 고문 숨기기'는 그대로다. 최근 접촉한 4개국 모두 수치와의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범죄자에 대한 접촉은 불가능하다"며 불허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다. 오히려 군부는 전날 수치 고문을 포함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핵심관계자 15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기존 혐의로도 최대 102년이 선고될 수 있는 수치 고문을 포함해 구 집권당의 씨를 말리겠다는 조치다.

군부는 동시에 반(反) 군부 무장세력 소탕전도 강화하고 있다. 전날 타닌타리주 정부군은 "18일부터 2명 이상의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할 경우 즉시 체포하고, 저항할 경우 실탄을 발포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림에 숨은 반군을 지원하려는 시민군과 민간인들과의 접선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미얀마의 한 소식통은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어떻게 대우할지 정리가 끝나면, 이 지역 전역이 전쟁터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작은 단위의 협상으로는 미얀마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6일 미얀마 독립매체 '프런티어 미얀마'의 편집주간인 미국인 대니 펜스터(가운데)가 뉴욕에 도착해 가족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16일 미얀마 독립매체 '프런티어 미얀마'의 편집주간인 미국인 대니 펜스터(가운데)가 뉴욕에 도착해 가족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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