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3국 공동회견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제9차 외교차관 협의회를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 공동회견은 미국 단독 회견으로 축소 진행됐다.
한일의 영유권, 과거사 갈등이 한미일 3각 외교의 파행으로 이어진 것은 전례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본의 행태는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사흘 전에 김 청장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 워싱턴 외교무대에서 돌연 문제 삼은 것인데 이는 외교적 결례이고 도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협의회는 미중 정상회담 뒤에 열려 한미일 3각 공조의 건재를 드러낼 중요한 외교무대였다. 일본의 도발로 되레 국제사회에 동맹 균열만 드러내면서 바이든 정부의 체면도 크게 구겨졌다. 청와대도 일본의 한미일 회견 불참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에서 중단된 3국 외교차관 협의회는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개됐다. 중국 압박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미국 의도가 없지 않으나 한미, 한일의 유용한 외교 채널인 것도 사실이다. 이번 워싱턴 만남에선 한반도 종전선언을 비롯,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문제 등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담 시작 전 일본 측이 공동회견 불참을 통보하면서 심도 있는 현안 논의가 이뤄질 리 만무했다. 홀로 회견장에 나온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의제와 관련이 없는 한일 간 해결돼야 할 사안에 이견이 있었다”는 당혹스러운 설명부터 해야 했다.
이번 일본의 외교도발은 한일 갈등이 한미일 3자 협의체까지 위협할 만큼 악화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동시에 독도 문제를 국제사회에 이슈화하겠다는 일본 의도 또한 분명해졌다. 어느 때보다 단호한 대응과 함께 국제 외교무대에 통할 정교한 접근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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