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야권에 넘겼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사건이 3개월째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파열음만 거듭하고 있다. 대선 100일을 앞두고 수사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괜한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공수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초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취소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 의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영장을 제시하고 사무실을 수색했다는 것인데 검찰 수사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우다. 이로써 공수처가 당시 김 의원 사무실에서 확보한 증거물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됐다. 공수처는 법원 결정에 반발해 재항고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강제수사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서도 압수수색 절차 논란에 휘말렸다. 공수처가 지난 26일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 압수에 나서자 수원지검 수사팀은 “사전 고지 절차를 누락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가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공소장을 누설한 피의자를 ‘성명 불상’으로 기재한 것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왜 절차적 논란을 반복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고발사주 의혹은 야권의 핵심 대선 후보가 연루된 사건이라 어떤 결론을 내려도 국민 전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한 점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해 증거를 찾아가지 않는다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기 십상인 수사다. 아무리 신생조직이라 하더라도 허술한 수사 결과를 국민이 용인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고발사주 사건에 공수처의 명운이 걸렸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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