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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희망으로 모는 암호화폐 과세 연기

입력
2021.12.0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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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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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으로 예정됐던 암호화폐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1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과세 시점을 늦추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2022년 1월 1일부터 암호화폐 투자에 따른 매매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키로 결정했고 여야가 합의해 관련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1년 동안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매매차익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하고 남은 금액에 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자 여야 정치권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개정안을 앞다퉈 제출했다. 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논거는 대체로 두 가지다. 우선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이 거론된다. 국내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3년부터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데다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연간 5,000만 원까지 투자소득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니 주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소득도 2023년부터 과세를 하고 금융투자소득으로 통합 과세하자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논거도 제시된다. 정부가 거래소의 인·허가제를 비롯해 암호화폐로 인한 사기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서비스부터 제공해야 과세의 명분이 생기니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거들은 그야말로 표면상의 이유일 뿐 사실은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에 열중하는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셈법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상위 4곳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0대가 32.7%, 30대도 30.8%를 차지해 2030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암호화폐는 내재가치를 지닌 주식과 달리 투기수단 성격이 강하므로, 이를 주식과 같이 취급해 그 매매차익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상금이나 복권당첨금, 도박 등 사행행위로 번 돈에 가깝기에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타당치 않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하는 것이지 정부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비교적 쉽게 자산을 불린 기성세대와는 달리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사고, 결혼하기 힘든 2030세대가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한 투기수단에 희망을 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면서까지 그런 위험한 희망을 독려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다.

암호화폐로 모두가 돈을 벌어 행복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이다. 지난 4일 하루 동안에만 비트코인 가격이 22% 폭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다. 암호화폐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그나마 가진 돈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암호화폐는 전통적 도박보다도 중독성이 더 강해 일단 한 번 빠져들면 평범한 직장생활이나 경제활동이 더 이상 어려울 수 있다. 힘들지만 값진 희망을 품어야 할 청년들을 쉽지만 위험천만한 희망으로 몰아가는 정치권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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