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석탄 운반 컨베이어 점검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0일로 3년을 맞았다. 고질적인 산재 사망사고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비정규직 철폐 운동에 앞장섰던 하청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낳은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앞서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또 다른 김군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고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음 달 시행을 앞뒀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산재 사망사고는 9월까지 6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882명 역시 전년에 비해 27명 증가한 숫자였다. 내년까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달성은커녕 거꾸로 가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적 약속이나 법 개정으로 시늉만 요란했지 실제 법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산안법은 유해·위험 작업의 범위를 좁게 정해 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도, 지하철역에서 세상을 떠난 김군도 애초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유예됐고, 5인 미만은 해당되지도 않는다. 2인 1조 작업 의무화 같은 중요한 안전조치는 시행령 규정에서 빠졌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정치권 움직임도 말만 앞서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의 산재 사망 등 열악한 노동 현실 개선에 소극적이면서 선진국이 됐다고 으쓱할 일인지 의문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노동 경시 발언을 이어가며 강화해도 모자랄 관련법을 기업 사정 봐서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안전 수칙 위반이 분명한데도 3년째 끌고 있는 김용균 사고 재판에서 원청·하청기업은 모두 잘못이 없다고 발뺌만 한다. 살려고 간 일터에서 하루에도 2, 3명이 죽어가는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두자는 것인지 이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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