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절차를 사실상 개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2013년 첫 검토 이래 8년이나 지체된 결정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협정을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1년이나 지연시키다 지난 1일에야 국회 비준을 마쳤다.
통상외교 지체는 재편 중인 아시아ㆍ인도ㆍ태평양 지역 통상블록 가입 여부가 미ㆍ중 갈등 구조에 따라 복합적인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비화했기 때문이다. CPTPP의 경우, 당초 일본이 주도하고 미국이 참여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라 우리로서는 가입 추진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고 일본이 끌고 가는 상황이 되자, 정부는 CPTPP 대신 중국이 주도한 RCEP 협정을 먼저 체결하면서 중국 편에 서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RCEP는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국내 비준을 마치고 당장 내년 1월부터 상호 관세혜택을 적용받게 됐다. CPTPP도 최근 중국과 대만이 가입 신청을 하고,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된 미국에서도 CPTPP 복귀론이 나오는 등 더 이상 가입 추진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RCEP 비준을 서두르고, CPTPP 가입도 본격 추진키로 방향을 급선회한 셈이다.
정부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기조로 실리를 추구한다며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RCEP는 비준이 늦어져 다른 회원국들보다 1개월이나 늦게 관세혜택을 받게 됐고, CPTPP에선 후발주자가 되는 바람에 일본 등의 견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상황은 미국이 내년 초 인도ㆍ태평양 동맹국 중심의 통상ㆍ안보 블록을 새로 추진키로 하면서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어설픈 눈치 보기보다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국익 외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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